-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한 바대로, 영상미 하나는 볼만하더군요. 하나하나의 전투신을 아름답게 표현해낸, 그런 장면들이 가득담긴 영화였습니다. 나중에 TV 같은 곳에서 제작현장 영상이 나오는 걸 보니 대부분의 촬영을 모두 퍼런 블루스크린 바탕의 스튜디오에서 실내촬영을 했다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배경은 대부분 CG로, 그리고 색감후보정을 통해서 독특한 색감의 영상을 만들어냈다고 하더군요.
- 전투신의 영상미 뿐만 아니라, 출연진들의 탄탄한 몸도 감탄스러웠습니다. 과연 명불허전. 미투데이에서 '"300개의 복근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그 웅장함이란..." 이라는 여성분들의 감탄을 듣고 나자, 갑자기 보고 싶은 마음이 확 사라질 뻔했다' 라는 말이 이해가 갈 정도였으니까요. ^_^;
- 또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것처럼, 정치적인 문제도 있기는 했습니다. 괴물 내지는 야만인들처럼 묘사되는 페르시안들. 모습 뿐만 아니라 하는 행동까지도 편견어린 시선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건, 이란 사람들이 기분을 나쁠 법도 하지요. 그리고 페르시아의 2차 그리스 침공이라던가 이야기의 바탕이 된 '테르모필레 협곡 전투'에 대한 것들을 미리 알고 있지 않고 영화만을 접했을 땐 잘 이해가 안갈 정도의 불친절함, 다시 말해 엄청나게 낮은 이야기의 밀도 같은 것을 지적할 수도 있겠습니다. 뭐, 마초적이라고 할 만도 하고요.
- 하지만 그 모든 문제점들이 용서 받을 수 있는 것은, 이 영화는 그래픽 노블의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정치적 올바름이나 내러티브의 부재 같은 건 애초부터 고려사항에도 없었던ㅡ 그야말로 오로지 영상미와 전투 액션의 표현에 모든 힘을 기울인 영화였다는 것이지요. 등장인물부터 모든 배경까지, 실제가 아닌 만화에 최대한 가깝도록 인위적으로 조작해낸 그런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만 합니다. 화면과 액션만 즐길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 많은 사람들의 추천 덕분에 IMAX로 보게 되었는데, 정말 화면이 크고 박력이 넘치더군요. 덕분에 더 즐겁게 봤던 것 같습니다. 기왕에 보는 거, IMAX로 보길 다른 사람한테도 권하고 싶어졌습니다.
- 그러나 지적을 안할 수 없는 단 한가지. 영화의 번역이 너무 안좋았습니다. Oracle Girl을 '신탁녀'라고 번역한건 그냥 그렇게 넘어간다고 쳐도, 영화를 보는 내내 자막 번역이 거슬리더군요. 기억에 'Come and get them'도 '어디 덤벼 보시지' 정도로 번역했던 것 같고, 신탁의 번역도 영 애매했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비문에 새겨진 말의 번역이 결정적이었습니다. 'Go tell the Spartans, passerby, That here, by Spartan law, we lie' (이곳을 지나는 자여, 스파르타 사람들에게 전하라, 우리는 스파르타의 법에 따라 여기 누워있노라고)라는 대사를, '이곳을 지나는....전하라, 여기 스파르타의 법이 누워있다고, 우리가 여기 누워있다고'식으로 번역해놨더군요. ... 이 부분에서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봤습니다. -_-
- 화끈한 액션. '적당한' 수준을 약간 뛰어넘는 난폭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보기 거북할 정도까진 아니니.. '적당히' 조절된 수위였던걸지도 모르겠군요.
- 이런저런 유명배우들이 상당히 많이 나오더군요. 조연들 마저도 눈에 상당히 익은 사람들도 있었고.. 특히 기억에 남는건 안습의 벤 애플렉(설마 출연료는 안받았겠지만.. 왜 나온건지;) 과, 영화 내내 예쁘게 나온 알리샤 키스.
- 등장인물은 많고, 복잡하게 얽히는 듯 보이지만 결국 그 마무리는 어쩐지 허무합니다. 제레미 피번이 연기한 버디 '에이스' 이스라엘이라는 캐릭터는 제법 흥미롭긴 하지만, 그 시끌벅적하고 복잡다단한 영화의 구심점이 되긴 너무 연약한 인물이였던 것 같네요. 마지막 에이전트 매스너(라이언 레이놀즈)의 허무한 선택은 거 참..
지난 토요일이었습니다. 오후 1시, 극장으로 출근을 하니 오늘 맘마 미아 낮공연에서 맡은 배치는 '오케스트라 피트 석'이라고 하더군요.1 맘마 미아 들어와서 OP석은 두번째. 역시 그 곳에 앉아 공연을 봤습니다. 위장에 담석이 발견되었지만 공연 때문에 수술을 미뤘다는 최정원씨의 도나와 다른 모든 배우들의 열연 속에 공연이 끝난 뒤, 객석 정리를 마치고 나면 어느새 오후 다섯시 반. 식사시간입니다. 오페라 하우스 건물 뒤편에 있는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배우들도 스탭들도 주로 그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기 때문에 같이 줄을 서서 밥을 먹습니다. 식당에 와보니 한구석에 '해리' 아저씨, 이정렬씨가 먼저 와서 식사를 하고 있는 게 보이네요. 옆에 소설책까지 펼쳐 놓으시고 여유롭게 식사를 하는 모습입니다. 그옆으로 배식을 받기 위해 줄서 있는 라인엔 리사와 알리, 스카이와 남자 배우들도 보입니다. 왠일로 오늘은 잘 안보이던 소피(이정미)양도 보이는군요. 가끔 식당에서 마주칠 수 있었던 도나, 최정원씨는 오늘은 따로 식사를 하는지 보이질 않는군요. 뮤지컬 속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친해보이는 로지(이경미씨)와 타냐(전수경씨)는 안내원들에게는 이젠 너무나 친숙해진 얼굴이라 식당에서 무심코 인사가 튀어나올 정도입니다. 안내원들 줄 뒤편으로는 스텝분들이 보입니다. 9인조 밴드를 이끌고 키보드 연주와 지휘까지 함께 하는 김문정 음악감독님과 우리 극장 무대감독님들도 보이네요. 얼굴을 안다고 해도 함부로 아는 척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전혀 무관한 관계도 아닌 약간의 애매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가 끝나면, 각자 흩어져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고, 곧 다시 주말 저녁 공연이 시작됩니다.
지난 월요일에 본 '파리의 연인들'은 미술, 클래식 음악, 영화, 연극로 대표되는 예술적인 공간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입니다. 고향에서 파리로 상경한 주인공 제시카(세실 드 프랑스)는 몽테뉴 거리의 극장 앞 카페에 유일한 웨이트리스로 취직하게 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TV연속극 속에서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좀 더 깊이있는 연기를 하기를 갈구하다 조울증에 걸린 여배우, 평생에 걸쳐 자신의 인생과 맞바꾸며 모아온 소장품을 전부 경매에 내보내기로 한 노년의 미술품 컬렉터, 갑갑한 콘서트 시스템 속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와 남편의 성공만을 바라며 매니저 역할을 도맡아 오던 그의 아내, 평생 일한 직장에서 곧 퇴직을 앞둔 샹송매니아 호텔 관리인... 단지 배경만 예술계일 뿐,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갈등과 고민은 다른 사람들과 특별히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것들입니다. 척 보기에도 낙천적인 성격에, 활력이 넘치는 제시카는 그들의 고민에 직간접적으로 얽혀들어가고, 그 속에서 사랑을 하게 됩니다. 결국 콘서트와 연극의 공연날은 다가오고 '예술의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고민의 결과는, 숨길 것도 없이 제법 해피엔딩이지요. 특기할 만한 점은 주인공 제시카가 특별히 다른 사람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단지 지켜보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갈 뿐, 열변을 토하거나 설교를 늘어놓는 일도 없고, 뒤에서 어떤 이벤트를 꾸미지도 않습니다. 동경을 가지고 바라본 예술계라는 세계에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 하며 지켜보는 정도? 일까요.
우리나라에선 '파리의 연인들'이란 제목으로 개봉을 한 이 영화의 불어원제는 Fauteuils d'orchestre로, 번역하자면 오케스트라 석(Orchestra Seats) 정도가 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마 OP석이 될 듯한 이 좌석에 대해 영화속에서 여배우 카트린느는 '목만 아프고 무대는 잘 보이지 않는 좌석' 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일반 객석보다는 무대에 훨씬 가까이에 있으면서 무대 위의 예술가들의 고민이 미치지 않는 오케스트라 석은 제법 멋진 자리일지도 모릅니다. 음악회와 연극에 참석하지는 않지만 영화 내내 그런 '오케스트라 석'에 앉을 수 있었던 주인공 제시카는 마지막에 '내가 찾는 건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는 멋진 오케스트라 좌석'이라는 말을 남깁니다.
여러 커플들의 이야기가 있고, 적절하게도 심각하지 않으며, 결국 해피엔딩과 사랑으로 이어지는 영화잡지의 평론을 빗대자면 너무 많이 본 듯한 '러브 액츄얼리' 같은 영화라는 평가를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어느한 곳 지나치고 늘어지는 부분없이 영화 자체의 만듦새가 무척이나 훌륭합니다. 어딘가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지요. 그리고 예술과 사랑이라는 소재가 파리라는 도시와 무척이나 잘 어울려서, 이런 영화 하나쯤 있어도 좋겠지.. 라는 생각으로 즐겁게 보고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속 호텔에 갇힌 제시카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어딘지 회색빛의 파리 거리를 지켜보는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장 프랑수아(알베르 뒤퐁텔)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5번 황제를 연주하는 콘서트 장면과, 어쩐지 매우 익숙한 풍경이 되버린 오케스트라 리허설 장면, 백스테이지 장면도 좋았군요.
앞에 소개한 맘마미아-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일하고 있는 공간이 극장, 그리고 얼마전까지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왠지 더 특별하게 다가온 영화였습니다. 안내원이라는 위치는 스탭도 관객도 아니지만 배우들과 스탭들에 무척 가까운 관계고, 그들을 옆에서 곁눈질로나마 지켜볼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까요. 설 연휴 때도 맘마미아 공연은 계속 되고, 공연장은 문화생활을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붐빌 겁니다. (다만, 로맨스는... 영화처럼 쉽지는 않네요.;)
ps. 그런데 '파리의 연인들'이라는 제목은 좀...;; '사랑해, 파리'와 더불어 '파리'에 관련된 영화를 연달아 보게 되는군요. 언제 한번 가줘야 할텐데..
ps2. 참, 이 영화의 감독은 '라 붐', '유 콜 잇 러브(L'etudiante)'의 다니엘르 톰슨이더군요.; 영화속에서는 시드니 폴락 감독이 꽤나 비중있는(?) 조연으로 특별출연합니다. :)
오케스트라 피트(Orchestra Pit)는 원래 오페라나 뮤지컬과 같은 악극 장르를 연주할 때 반주를 맡는 오케스트라가 위치하는 공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객석과 무대 사이에 약간 낮게 위치하는 공간. 오페라 공연이 열리면 오케스트라가 그 공간을 꽉 채우게 되고, 정중앙에 자리를 잡은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가수들을 지휘하지요. '피트'란 말은 그 공간의 바닥판이 자유롭게 위아래로 이동이 되기 때문에, 공연시간외에는 무대 아래로 내려가있다가 공연이 시작될때 다시 올라오기 때문에 덧붙은 말입니다. 요즘은 오페라 뿐만 아니라 대형 뮤지컬도 대부분 다 소규모 오케스트라 내지는 밴드를 통해 라이브 연주를 하는 것이 추세기 때문에, 역시 오케스트라 피트를 사용합니다. 중앙에는 음악감독이 자리를 하게 되구요. 다만, 뮤지컬의 경우는 최근에는 그 오케스트라 피트를 반으로 나누어서 나머지 절반은 좌석을 들여와서 객석으로 만드는 것이 유행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임시좌석을 '오케스트라 피트 석'이라고 부르지요. 어찌보면 팬서비스라고 할 수도 있고, 상술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배경 속에 생겨난 그 오케스트라 피트 석은 무대에 너무나 가깝기 때문에 배우들의 표정을 정말 생생히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무대 전체를 조망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있기 때문에 좌석등급은 보통 제일 비싼 좌석보다 한두단계 아래의 등급, 즉 R석이 아닌 S석과 같은 등급으로 메기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흔히 줄여서 OP석이라고 부르는 그곳은 객석안내원들의 배치 중에서도 가장 편하고 좋은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객석과 별도로 구분된 공간. 공연이 시작되면 객석에서 OP석으로 통하는 문을 닫아두게 되는데, 그때부터 더 이상 출입할 수가 없어지고 그 공간은 고립됩니다. 때문에 행여 미리 입장한 관객쪽에서 컴플레인이라도 들어올까 조마조마한 지연관객 중간입장 안내도 없고, 50석 남짓한 객석을 케어하는 일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배치지요. 때문에 조금만 익숙해지고 나면 결국 눈앞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볼 수도 있는 그런, 자리입니다.
이미 볼 사람은 다 본 듯한 영화, '사랑해, 파리'. 서울유럽영화제때 보려고 했으나 인기가 너무 좋아 놓쳤던 영화였는데, 결국 요번에 보게 되었네요.
잘 알려진 것처럼 이 영화는 낭만적이고 달콤한 사랑이야기 모음집 같은 것은 아닙니다. '사랑의 도시, 파리'를 주제로 삼은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지요. 하지만 원제도, 번역 제목도 심지어 포스터 마저도 로맨틱한 느낌을 주는 건 사실. 뭐, 영화 속 단편들도 모두 어떻게 보면 충분히 로맨틱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쨋거나 영화를 혼자 보게 되어서, 커플들 속에 파묻혀서 외로이 고독을 씹어야 하는 건가 하고 걱정을 하고 영화관엘 갔습니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예상대로 상영관은 커플들로 가득 찼지만, 영화가 시작하고 나선 영화에 집중하느라 주변 환경은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되더군요. :) 바꾸어 말하면, 초반엔 각각 단편들의 호흡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짧아서 약간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아, 이런 이야기구나..' 싶은 순간 다음 영화로 넘어가버리는 정도랄까요. 익숙해지기 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뭐 중반즈음 가서는 나름대로 그 짧은 호흡을 즐길 정도에 이를 수 있었지만.
이 이미지. 다른 블로그에서 가져왔던 것 같은데 어디였는지 기억이;;
템포를 달리해 스쳐지나가는 18개의 이야기 중에서 몇가지 마음에 들었던 것들을 꼽자면, 불어 포스터속 빨간 코트의 주인공이 나오는 '바스티유' 편. 결국 마시지 못한 두 잔의 커피를 탑뷰로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축제의 광장' 편, 스티브 부세미의 안습 파리 봉변기 '튈르리 역' 편, 아마 다른 사람들에겐 '나탈리 포트만'으로만 비춰졌을 톰 티크베어 감독의 '생 드니 외곽' 편 정도가 아니었나 싶네요. 참, 댄버 우체부 아주머니의 약간 어설픈 불어발음이 나레이션으로 흐르는 마지막 이야기 '14구역' 편도 좋았습니다.
워낙 다양한 단편모음집이라, 감상들에서 좋다고 꼽은 단편을 자세히 살펴보면 각자 영화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둘다 나레이션을 사용한 '바스티유' 편이나 '14구역' 편은 어쩐지 관조적인 시선과 문득 문득 보이는 장면장면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좋았고, '축제의 광장'이나 '생 드니 외곽'은 어찌보면 평범한 스토리라인일 수도 있지만 풀어나가는 방법, 영화적으로 표현하는 연출 방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축제의 광장'은 국적을 잘 알 수 없는 흑인의 노랫소리라던가, 특히나 마지막 장면연출. '생 드니 외곽'은 나탈리 포트만과 상대편 남자의 관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퀀스들, 연극을 표현한 장면들이 마음에 들더군요. 마지막 결말은 약간 김빠지기도 했지만..;
'튈르리 역'은 그 압권이었던 유머러스함에 손을 들었습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마레 지구', 알고보니 부부였네- 였던 '피갈' 편, 빈센조 나탈리와 일레이저 우드의 '마들렌느 구역', 마임아티스트가 나오는 '에펠 탑'편도 제법 기발하긴 했지만.. 튈르리 역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스티브 부세미만이 가능할 것 같은 호연까지 포함해서, 정말 재밌었지요. (영화를 다 보고 나중에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에 '부세미도 많이 늙었더라' 라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며칠전 티비에서 하는 '콘 에어'를 보니 부세미 아저씨의 피부가 어찌나 좋으신지...;;)
그밖에도 '페르-라셰즈' 묘지에 대한 이야기를 바로 얼마전 서점에서 책으로 읽었는데-오스카 와일드의 묘비 사진까지 포함해서- 곧바로 영화로 보게 되니 참;; 기분이 묘하더군요.;
길고 길었던 영화 스텝롤까지- 2시간 내내 집중해서 보느라 상당히 힘들었지만, 이래저래 다양한 파리의 장면들을 살펴보는 동안은 꽤나 즐거웠습니다. 다만, 끝나고 영화관을 나서니 장편의 호흡이 그리워지더군요. :)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매우매우 기대했던 영화였습니다. 이유는 역시, 잊을 수 없는 이터널 선샤인 때문이겠지요. 서울유럽영화제(MEFF)에서 에서 보기를 기대했으나 결국 못봤고, 개봉한지도 꽤 지난 이제서야 보게 되었네요.
역시나 독특하고, 기발하고, 흥미로운 영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다만, 굳이 카우프만의 공백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전작의 그 거대한 그늘을 벗어나는 데는 실패한 것 같아 보입니다.
진지함과는 거리가 있는-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유쾌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이리튀듯 저리튀듯한 산만함 때문에 보는 내내 살짝 긴장한 채로 집중을 하게 만들더군요.; 불어와 영어가 한데 엉킨데다 간간히 스페인어까지 등장하는 바람에 더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만... (최근 불어와는 아주 많이 친해진 덕분에 즐겁게 봤습니다;)
어쨋거나- 그리 길다고는 할 수 없는 영화가 끝날 때쯤엔, 스테판과 스테파니에게 상당히 정이 들고 말았다는 이야기... :)
강조 : 영화관에서.
밑줄 : DVD, VIDEO, TV, etc.. (조각조각 본 것들은 제외, 어둠의 경로도 제외)
역대의 범위가 정확히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쉬리(1999), 주유소 습격사건(1999), JSA(2000)을 빼고는 모두 2001년 이후 영화라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2000년도 이전까지의 순위를 뽑아서 관객규모를 비교해보면 어떨지..) 올드보이(27위)보다 금자씨(24위)의 순위가 높다는 것도 재미있군요. 개인적으로 2004년 최고의 영화로 꼽았던 '아는 여자'가 순위에 들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25위권 이내에 몰려있는 걸 보면, 제 취향도 제법 무난한 대중적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하지만 '상위권에 든 영화 =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