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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s of Memories
음악은 유용한 것이 아닙니다. 음악은 그냥 존재하는 거예요. by 달크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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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원문은 EIDF 공식사이트의 '나도 EIDF 평론가' 게시판에 실었던 다큐멘터리 감상평입니다. 다큐멘터리를 막 다 보았을 때에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는데, 방송된 당일날 컴퓨터를 켜고 접속해 본 작품 페이지에서 의외로 마이클 무어를 옹호하면서 작품에 혹평을 하는 20자평들이 많이 보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시일이 지난 지금은 그 비율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곰곰히 생각하다가 반박을 하는 형태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20자평에 올리기에는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EIDF 평론가 게시판으로 옮겨적었습니다. 급하게 쓴 글이었는데, 운좋게도 심사를 통해 선물을 주는 이벤트에 당첨되었더군요.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21일 금요일, EIDF 사무국에서 보내온 선물이 도착했기에 기념삼아서 글을 다듬은 후 블로그에도 올려봅니다. 글을 쓴 계기가 좀 불순해서인지, 다 쓰고 난 후 글을 보니 좀 딱딱하게 되었다 싶지 않나 싶기도 한데, 견고한 글투는 잘쓰면 참 매력적인데 적어도 지금의 저에게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글투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것보다도 잘 쓰지를 못하니깐.
다큐멘터리적 진실과 윤리적인 방법(Ethical Method)를 따로 떼어 놓을 수 있을까? - 마이클 무어 뒤집어 보기
주말에 TV 앞에 앉아있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평소 TV를 즐겨보는 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번주 토요일 밤은 TV앞에 앉아서 TV와 함께 보냈다.
가족들과 과일을 먹기 위해 거실에 앉은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프로그램은 KBS의 '미디어 포커스'였다. '미디어 포커스'는 KBS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으로, KBS를 비롯한 다른 신문,방송 매체의 보도 태도나 사실 왜곡, 저널리즘 속 윤리적인 문제를 주로 지적하고 비평하는 프로그램이다. 보통 서너꼭지로 나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지만 마침 어젯밤은 200회 특집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특집용 구성이었기에 그날의 주제는 단 하나. '미디어 비평, 저널리즘을 지킨다'였다. 이 날의 특집 프로그램의 내용은, 호주 공영방송 ABC를 대표하는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인 Media Watch를 중점적으로 취재하여 미디어 비평의 가치를 부각하고, Media Watch와 미디어 포커스와 비교하며 200회 동안 쌓인 프로그램의 노고와 성과를 점잖게 자축하는 내용이었다.
미디어 포커스를 다 보고 난 뒤, 채널을 EBS로 돌려 EIDF가 시작할 때부터 점찍어놓았던 '마이클 무어 뒤집어 보기'를 보았다. 작품의 전체적인 만듦새가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너무나도 잘 알려진 다큐멘터리계 스타의 전혀 다른 면모와,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그의 작품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었던 흥미로운 기회였다.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데비 멜릭과 릭 케인은 호주의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마이클 무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호의적인 출발과는 달리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조사를 하면 할 수록 주변에 엇갈리는 평가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이클 무어는 그들의 인터뷰 요청을 갖은 핑계를 대며 피하게 되고, 두 감독은 마이클 무어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그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이클 무어가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가는 곳마다 말썽을 일으켰던 전례가 있고, 그의 다큐멘터리들에 조작된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개인적으로 마이클 무어의 특이한 성격을 다룬 부분보다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그의 작품들 중에서 조작적인 요소가 많다는 점이 더 놀라웠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마이클 무어가 '사실'을 가지고 '조작'을 하는 방식은, 앞서 보았던 '미디어 포커스'가 주로 다루는 주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 보고 난 뒤에 이 다큐멘터리가 논쟁거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오늘 EIDF 작품 페이지에 올라온 20자 평을 보니 이 작품에 대해 반감섞인 의견이 많아서 조금 놀랐다. 마이클 무어의 사실 조작과 왜곡을 지적하는 이 다큐도 역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나, 다큐의 내용은 인신공격이나 비난과 마찬가지라며 마이클 무어를 옹호하는 글들이었다. (그리고 20자 평에 내가 본 다큐멘터리와 다른 의견들에 대한 생각을 적다가,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 같아서 다 지우고 이곳에 글을 쓰게 되었다.)
<마이클 무어 뒤집어 보기>가 보여주는 방식이 무어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은 감독의 의도한 바인 듯 하다. 감성적인 편집과 나래이션 뿐만 아니라 무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무어를 인터뷰하기 위하여 고분분투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로저와 나>를 연상시킨다. 또한 마침내 '짧은' 인터뷰를 성사시키고 헤어지기 전에 마이클 무어와의 포옹을 전하는 감독의 시선과 목소리에서는 (그 인터뷰이-마이클 무어-의 특기라고 할 수 있는) 비꼼까지 담겨있다.
하지만 그 모든 보여주기 방식이 무어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마이클 무어가 그의 작품 속에서 항상 넘고 있는 선을, 데비 멜릭과 릭 케인은 넘어서지 않는다. 이 다큐멘터리 상에서 의도를 담고 '편집'되어 보여지는 인터뷰들과 화면들은 관객들을 겨냥한 노골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기 보다는, 주욱 나열한 다음 생각할 만한 거리를 던져주는 식이다. 다큐멘터리 속의 많은 인터뷰들은 무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감독 역시 그쪽에 더 무게를 두고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를 좋아하며 지지한다는 목소리도 담겨져있다. (그리고 감독은 그들을 비꼬지 않았다.) 결국 마이클 무어의 품성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보는 사람의 몫으로 남게 된다.
이 다큐멘터리가 지나치게 왜곡되어있다는 것에 동의하기 힘든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이 작품이 다루는 내용이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에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정치적인 입장에서 마이클 무어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인 입장에서 마이클 무어를 비판한다. 그 문제를 다루기 위해, 이 작품의 두 감독은 앞서 말했듯 무어의 방식을 연상시키는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방법을 택하기는 했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볼 수 있고, 허용되는 방식이다. '어떤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무어의 다큐멘터리가 담고 있는 '정치적인' 주장에 대한 동의여부와, 무어 개인에 대한 엇갈리는 '평판'을 떠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이 다큐멘터리의 윤리적 문제제기는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가 있으며 생각해 볼 만한 것이라는 점이다.
<마이클 무어 뒤집어 보기(번역된 제목보다는 'Manufacturing Dissent: Michael Moore and the Media'라는 원제가 더 작품의 주제를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마이클 무어에 대한 주변의 상반된 평가, 그 동안의 모순적인 행보, 주장을 위해 다큐멘터리에 조작을 가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면서 우리 자신이 다큐멘터리라는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보통 다큐멘터리가 보여주는 것은 곧 사실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작되지 않은 사실만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깨어진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어떠한 조작도 가능하다, 다만 중요한 것은 반드시 진실을 담아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말하는 다큐멘터리 속 마이클 무어를 보며, 이번 EIDF 2007의 마스터클래스에서 애니 골드슨이 언급했던 '다큐멘터리적 진실'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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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07 ,
Manufacturing Dissent: Michael Moore and the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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