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ments of Memories


음악은 유용한 것이 아닙니다. 음악은 그냥 존재하는 거예요.
by 달크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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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5   한미FTA(KORUS FTA)와 인터넷 자유문화 (3)
잡담/단상  2007/04/05 00:13

한미FTA(KORUS FTA)와 인터넷 자유문화



 그 예로 한국과 미국 사이의 FTA 체결에 관해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제 의견으로는 FTA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많은 측면과 영역에서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러나 이 극단주의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일부 부분들을 만약 한국이 저지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는 저작권의 맥락에서 네 가지 요소로 간추릴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요소는 저작권의 집행을 강화시키려는 노력입니다. 이는 지적재산권의 발전을 권장하고자 하는 국가에 한해서 아주 합리적이고 적합한 시도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요소는 한국 내의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입니다. 기존의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기술적-법적 싸움은 몰상식한 제도를 둘러싼 분쟁이라고 생각합니다.1 기존의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하려는 시도는 저작권 본래의 목적을 생각했을 때 말도 안 되는 행위입니다. 저작권의 목적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인센티브는 명백히 장래에 발효되는 미래의 가치입니다. 미래의 행동에 대해서만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미 과거에 이루어진 것을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해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저작권의 논리에 따라, 만약 기존의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하고자 한다면 과거의 일에 대한 인센티브를 키울 때만 가능합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하든, 1955년에 활동한 작가는 더 이상 아무런 창조적 활동을 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한 저작권 본연의 논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기존의 저작권 보호기간이 절대로 연장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미 그 창조물에 대한 지불을 마쳤습니다. 이제 우리가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만큼, 그 창조물을 이용하기 위해 또 한 번 돈을 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 뒤에는 상당한 압력이 행사됩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기존의 기간을 연장하려는 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기존의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면 이는 영국 의회에서 몇몇 자유당원들이 제시한 원칙에 준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작권자들이 기간 연장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 사전 등록을 하는 제도를 반드시 도입해야 합니다. 우리 경험상 미국과 같이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에서 저작권자의 90% 이상이 기간 연장의 혜택을 위한 등록을 실행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창작물이 저작권 위배 문제에 부딪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유재산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등록을 한 사람에 한해 필요한 사람들은 기간 연장의 혜택을 볼 수 있고, 우리 사회는 나머지 창작물들을 공유할 수 있게 됩니다.

 FTA의 세 번째 요소는 컴퓨터의 캐시 기억장치에 보존되어 있는 임시 파일들까지 저작권법으로 통제를 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제가 말씀 드렸다시피, 저작권법의 핵심은 ‘복제’를 통제하는 데에 있습니다. 지금 이것은 노래나 DVD의 복제만을 통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매번 컴퓨터를 작동시킬 때마다 발생되는 프로그램의 임시파일에 대해서도 저작권법을 적용시키겠다는 말입니다. 적어도 그것이 미국의 주장입니다. 이것은 기존의 몰상식한 법을 더 극단적으로 몰아가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치면 컴퓨터를 사용할 때마다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전제가 생기고, 창의성과 혁신의 맥락에서 허가제는 엄청난 짐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국의 디지털 새천년 저작권 법(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에 반영된 원칙들을 강요하는 미국의 움직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법은 복제방지 프로토콜 기술을 피해가는 것을 범죄로 정의하고 있고 이는 설사 저작권법 하에서 합법적인 범위 내에 이루어져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언급한 바와 같이 공정사용(Fair Use)은 예외적으로 저작권법의 통제를 받지 않습니다. 만약 저작물의 이용과 배포를 통제하는 기술이 있다면 이 법은 설사 공정사용을 위해 이 기술을 피해갔다 하더라도 이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제가 앞서 설명한 Read Only 와 Read Write 문화의 배경들과 비교해서 인식해야 할 점은 디지털 권리 관리가 강화될수록 Read Only 인터넷은 발전하겠지만 Read Write 인터넷의 성장은 멈출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기술들이 사람들의 문화 소비에 대한 통제를 가능하게 하고 그 문화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허락하지 않는 방식으로는 사람들이 더 이상 문화를 재사용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논쟁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균형의 가치가 저작권 정책에 대한 담론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치는 여러분뿐 아니라 미국 시민들에게도 큰 혜택을 안겨줄 것입니다. 미국은 지금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극단주의를 강요하고 있는데 그 비용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 균형의 가치는 아시아 지역의 개선을 위한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고, 미국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2006. 5. 27.
'제1회 다음-라이코스 글로벌 포럼' : ‘인터넷 자유문화의 의미와 과제
로렌스 레식 교수의 강연 중에서


 모든 것을 떠나, 개인적으로 이번 FTA 협상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었던 분야는 지적재산권 문제였습니다.

 지적재산권 분야는 국내의 많은 언론들이 꼽은 '주요 쟁점 분야'에는 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간간히 뉴스에 얼굴을 내비치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협상 슬슬 마무리 되어갈 시점에 이르자 '저작권 보호기간이 70년으로 연장 합의' 라는 이야기가 어디선가 들리기도 했지요. 하지만, 정작 타결이냐 결렬이냐 한창 언론상에서 줄다리기가 있었던 48시간 협상연장기간 동안에는 오로지 들리는 소식이라곤 '쇠고기'와 '자동차' 뿐.. 다른 분야의 자세한 소식은 찾아보기 힘들더군요. 두리뭉실하게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같은 이야기만 동어반복되고 있을 뿐. (하지만 돈이 있어야 소비자가 될 수 있는 거겠죠. 한미 FTA는 내 문제가 맞습니다.)

 기대도 안했지만 예상대로 FTA협상 타결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자, 이제 결정이 났다고 하니 어디 뚜껑을 열어볼까요?

 신문 기사 등에 자주 언급되는 보도자료가 있더군요. 외교통상부 발표의 '한미 FTA 분야별 최종 협상결과'. 이 자료에 의거에서 지적재산권 분야의 협상결과를 찾아봤습니다.


지식재산권

1. 협정문 주요 내용


 □ 저작권

  ◦ 저작권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또는 저작물 발행 이후 70년으로 연장
 - 단, 보호기간 연장 시점을 협정문 발효 후 2년간 유예

 ◦ 우리 권리자에게 부여하고 있는 방송보상청구권을 내국민대우원칙 예외로 설정
 ※ 방송보상청구권은 방송 등에서 음반이 사용되었을 경우, 실연자·음반제작자에게도 보상해야 함을 규정
 ※ 우리나라는 상호주의를 전제로 방송보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미국은 동 권리를 인정하지 않음.

  ◦ 일시적 저장에 대한 복제권 인정
    - 단, ‘공정이용’(fair use)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설정할 수 있는 근거 확보
    ※ 일시적 복제는 컴퓨터 사용시 RAM에 일시적으로 저장되는 복제 등을 지칭하는 개념

  ◦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접근통제적 기술적 보호조치를 우회하는 행위를 금지하되, 추가 예외 규정 논의 근거를 도입
 ※ 이용통제 기술적 보호조치 우회 금지 규정 : 우리 저작권법에 기규정

  ◦ 온라인서비스제공자 면책 규정 강화
    - 온라인 침해에 대한 통제권에 따른 유형별 분류를 통해 차등 책임 부여

  ◦ 불법 해독된 위성 또는 케이블 신호 수신·사용 금지
  ◦ 정부의 정품 저작물 사용 의무화



 □ 집 행

  ◦ 상표 및 저작권 침해에 대한 법정손해배상제도
    - 실손해배상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사전에 법으로 손해배상액의 상한과 하한을 정하는 법정손해배상제도 도입
    ※ 미측은 애초에 특허 침해시 3배수 및 부가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요구

  ◦ 법원에 지재권 침해물품 수출금지 권한 부여 등 민사소송절차 강화

  ◦ 저작권 침해에 대해 고소 없이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사법당국에 부여

  ◦ 저작권 상품에 대해서도 저작권 침해 물품으로 의심되는 물품에 대해서는 자동 반출정지 및 권리자 통보가 가능하게끔 신고제도 도입

(상표와 특허에 관한 내용은 제외했습니다.)


- 외교통상부, '한미 FTA 분야별 최종 협상결과', p.61~62


 ....저작권 분야만 본다면, 말그대로 '일방적인 양보'란 것이 정말 적합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위에서 레식 교수가 지적했던 네가지 요소를 살펴보면 더욱 명확히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미국의 요구에 따라 ① 저작권의 집행을 강화 했고, ② 저작권 보호기간을 70년으로 연장했으며, ③ 일시적 저장에 대한 복제권을 인정한데 이어 ④ DMCA와 마찬가지로 기술적 보호장치를 우회하는 행위도 금지(요건 지난 개정저작권법에 포함되어있던 것이었죠)하기로 했습니다. .. 이중에 단 한가지도,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했네요. 그나마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추가 예외 규정 논의 근거를 도입'이라는 부분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집행 부분에 있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 고소 없이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사법당국에 부여' 라는 부분은 저작권법의 비친고죄화를 말하는 것 아닌가요? 이건 지난번 저작권법 개정 때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부분으로 아는데.. (이걸 국내의 국회도 아니고 미국의 요구로 법을 개정하게 생겼으니...;)

 사실 저작권 분야는 메이저 언론사들이 이번 FTA를 포장할 때 항상 꺼내드는 표현인 '시장개방'과는 가장 거리가 먼 분야라고 할 수 있겠죠. 애초에 개방이 아닌 보호. FTA가 그렇게 싫어한다는 '보호'에 대한 것이니까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일방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필요가 과연 있었을까요? 그럼 우리의 요구는? 이럴때 FTA찬성쪽에선 보통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시장이 개방되어있기 때문에 우리가 요구할 것이 많지 않고, 더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변호를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작권 분야에 대해서는 저런 변호가 유효하지 않습니다. 더 개방을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보호를 하는 것 뿐이니까요.

 이 분야가 이럴진대, 다른 분야는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이번 한미FTA에서 지적재산권 분야의 협상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로 저작권 보호기간이 늘어날 수 도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정말 깜짝 놀랐었습니다. '자유 문화'를 읽으며 저작권 보호기간의 연장이 저작물의 이용과 재창조에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깨닫게 되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기 때문이죠. 제발 그렇게 되지 않길, 협상차원에서라도 막아주길 바래왔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가네요. 앞으로 눈을 크게 뜨고, 이 한미FTA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주시해야겠습니다.
 

 

  1. 자신의 저서 '자유문화'에 따르면, 레식 교수는 이미 그와 관련된 기술적-법적 싸움에 휘말려든 바 있다. 엘드레드 대 에쉬크로프트 케이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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