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ments of Memories


음악은 유용한 것이 아닙니다. 음악은 그냥 존재하는 거예요.
by 달크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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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9   졸업연주회 (9)
잡담/이벤트  2007/04/19 22:56

졸업연주회


가야금 산조 (김죽파류)

 지인의 연주를 듣는 것은 언제나 특별하고 기분 좋은 경험이다. 그것도 일상적인 공간이 아닌, 무대 위에서의 연주라면 더욱 그러하다. 무대에 올라 음악을 연주할 때가 바로 연주자들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인의 평소 알고 지내던 모습과는 다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어줄 뿐더러, 운이 좋은 경우에는 음악회 자체도 모르는 사람이 연주하는 것보다 더 잘 즐길 수 있다. 이게 내가 친구들의 연주회 초대가 들어오면 가능한한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이유다.

 어제는 이화여대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졸업을 앞두고 있는 지인의 졸업음악회가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에서 같이 일한 인연으로 알게 된 그녀의 전공은 가야금으로, 함께 일하는 동안 나는 항상 그녀의 연주를 듣고 싶어했었다. 그건 우선 나는 가야금을 접할 기회가 흔치 않은 터라 한번 실제 연주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지만, 그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다면 음악에 대한 그녀의 진지한 자세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인상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어떻게 받았는지에 대해선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약간 고집은 있지만, 그리고 아주 약간 독특한 면도 있지만, 언제나 조용하고 차분해 보이는 평소 모습이 왠지 모르게 가야금과 어울려서 더 그런 인상을 받은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다들 자신의 전공에 대해서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어쨋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그렇게 언제 한번 그녀의 연주를 들어보고 싶었지만, 기회는 쉽게 나지 않았다. 하루는 일하는 곳에 악기(25현 가야금)을 가져온 적이 있어서 연주해달라고 졸랐던 기억도 있는데, 프로는 아무데서나 연주하는 게 아니라며 악기 구경은 시켜줘도 연주를 들려주지는 않았었다. 대신 졸업연주회를 하게 되면 꼭 불러주겠다고 했었는데, 결국 약속을 지킨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악은 아주 좋았다. 졸업연주는 가야금, 거문고, 대금, 해금이 한조를 이루어 전통곡과 창작곡을 한곡씩 연주하고 마지막에 정격합주 한곡을 함께 연주하는 구성으로, 그녀는 가야금 산조(김죽파류)와 가야금 창작곡 '초소의 봄'을 연주했다. 가야금 산조는 듣고 있으면 '잘한다'라는 생각이 드는 연주였고, 25현 가야금으로 '초소의 봄'을 연주 할때는 같이 연주를 한 저대와 서로 파트를 주로 받을 때 살짝 비친 웃는 얼굴이 진짜 연주를 즐기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산조도 지루하지 않았지만, 특히 초소의 봄은 다시한번 듣고 싶을 정도로 곡이 좋았다. 세번이나 갈아입은 옷 중에서도, 이 곡을 연주할 때 입은 옷이 가장 예뻤던 것 같기도 하고. (옷도 옷이지만 무대 화장 덕분에 처음엔 못알아볼 뻔 하기도;;)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 중 일부.
(디카로 아주 잠깐 찍었음. 허락받진 않았는데.. ^^;)

 여러모로 이야기 거리가 많았던 연주회였다. 이대에서 분당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었지만, 그래도 발걸음은 가벼웠다. 졸업을 해서도 계속 한국음악을 해나갈, 어찌보면 쉽지 않은 연주자의 길을 택한 만큼 앞으로도 열심히해서 더 멋진 음악을 들려주길.


ps.
Flickr Pro 계정 구입기념 포토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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