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ments of Memories


음악은 유용한 것이 아닙니다. 음악은 그냥 존재하는 거예요.
by 달크로즈
영화/스크린  2007/02/16 22:13

파리의 연인들 [Fauteuils d'orchestre]


Fauteuils d'orchestre

콜라주 방식의 포스터. 필요한 장면은 다 들어있다.;

2006. 02. 12. 메가박스 코엑스
avec H.S.

 지난 토요일이었습니다. 오후 1시, 극장으로 출근을 하니 오늘 맘마 미아 낮공연에서 맡은 배치는 '오케스트라 피트 석'이라고 하더군요.1
 맘마 미아 들어와서 OP석은 두번째. 역시 그 곳에 앉아 공연을 봤습니다. 위장에 담석이 발견되었지만 공연 때문에 수술을 미뤘다는 최정원씨의 도나와 다른 모든 배우들의 열연 속에 공연이 끝난 뒤, 객석 정리를 마치고 나면 어느새 오후 다섯시 반. 식사시간입니다. 오페라 하우스 건물 뒤편에 있는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배우들도 스탭들도 주로 그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기 때문에 같이 줄을 서서 밥을 먹습니다. 식당에 와보니 한구석에 '해리' 아저씨, 이정렬씨가 먼저 와서 식사를 하고 있는 게 보이네요. 옆에 소설책까지 펼쳐 놓으시고 여유롭게 식사를 하는 모습입니다. 그옆으로 배식을 받기 위해 줄서 있는 라인엔 리사와 알리, 스카이와 남자 배우들도 보입니다. 왠일로 오늘은 잘 안보이던 소피(이정미)양도 보이는군요. 가끔 식당에서 마주칠 수 있었던 도나, 최정원씨는 오늘은 따로 식사를 하는지 보이질 않는군요. 뮤지컬 속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친해보이는 로지(이경미씨)와 타냐(전수경씨)는 안내원들에게는 이젠 너무나 친숙해진 얼굴이라 식당에서 무심코 인사가 튀어나올 정도입니다. 안내원들 줄 뒤편으로는 스텝분들이 보입니다. 9인조 밴드를 이끌고 키보드 연주와 지휘까지 함께 하는 김문정 음악감독님과 우리 극장 무대감독님들도 보이네요. 얼굴을 안다고 해도 함부로 아는 척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전혀 무관한 관계도 아닌 약간의 애매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가 끝나면, 각자 흩어져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고, 곧 다시 주말 저녁 공연이 시작됩니다.

 지난 월요일에 본 '파리의 연인들'은 미술, 클래식 음악, 영화, 연극로 대표되는 예술적인 공간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입니다. 고향에서 파리로 상경한 주인공 제시카(세실 드 프랑스)는 몽테뉴 거리의 극장 앞 카페에 유일한 웨이트리스로 취직하게 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TV연속극 속에서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좀 더 깊이있는 연기를 하기를 갈구하다 조울증에 걸린 여배우, 평생에 걸쳐 자신의 인생과 맞바꾸며 모아온 소장품을 전부 경매에 내보내기로 한 노년의 미술품 컬렉터, 갑갑한 콘서트 시스템 속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와 남편의 성공만을 바라며 매니저 역할을 도맡아 오던 그의 아내, 평생 일한 직장에서 곧 퇴직을 앞둔 샹송매니아 호텔 관리인... 단지 배경만 예술계일 뿐,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갈등과 고민은 다른 사람들과 특별히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것들입니다. 척 보기에도 낙천적인 성격에, 활력이 넘치는 제시카는 그들의 고민에 직간접적으로 얽혀들어가고, 그 속에서 사랑을 하게 됩니다. 결국 콘서트와 연극의 공연날은 다가오고 '예술의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고민의 결과는, 숨길 것도 없이 제법 해피엔딩이지요.
 특기할 만한 점은 주인공 제시카가 특별히 다른 사람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단지 지켜보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갈 뿐, 열변을 토하거나 설교를 늘어놓는 일도 없고, 뒤에서 어떤 이벤트를 꾸미지도 않습니다. 동경을 가지고 바라본 예술계라는 세계에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 하며 지켜보는 정도? 일까요.

  우리나라에선 '파리의 연인들'이란 제목으로 개봉을 한 이 영화의 불어원제는 Fauteuils d'orchestre로, 번역하자면 오케스트라 석(Orchestra Seats) 정도가 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마 OP석이 될 듯한 이 좌석에 대해 영화속에서 여배우 카트린느는 '목만 아프고 무대는 잘 보이지 않는 좌석' 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일반 객석보다는 무대에 훨씬 가까이에 있으면서 무대 위의 예술가들의 고민이 미치지 않는 오케스트라 석은 제법 멋진 자리일지도 모릅니다. 음악회와 연극에 참석하지는 않지만 영화 내내 그런 '오케스트라 석'에 앉을 수 있었던 주인공 제시카는 마지막에 '내가 찾는 건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는 멋진 오케스트라 좌석'이라는 말을 남깁니다.

 여러 커플들의 이야기가 있고, 적절하게도 심각하지 않으며, 결국 해피엔딩과 사랑으로 이어지는 영화잡지의 평론을 빗대자면 너무 많이 본 듯한 '러브 액츄얼리' 같은 영화라는 평가를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어느한 곳 지나치고 늘어지는 부분없이 영화 자체의 만듦새가 무척이나 훌륭합니다. 어딘가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지요. 그리고 예술과 사랑이라는 소재가 파리라는 도시와 무척이나 잘 어울려서, 이런 영화 하나쯤 있어도 좋겠지.. 라는 생각으로 즐겁게 보고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속 호텔에 갇힌 제시카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어딘지 회색빛의 파리 거리를 지켜보는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장 프랑수아(알베르 뒤퐁텔)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5번 황제를 연주하는 콘서트 장면과, 어쩐지 매우 익숙한 풍경이 되버린 오케스트라 리허설 장면, 백스테이지 장면도 좋았군요.


 앞에 소개한 맘마미아-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일하고 있는 공간이 극장, 그리고 얼마전까지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왠지 더 특별하게 다가온 영화였습니다. 안내원이라는 위치는 스탭도 관객도 아니지만 배우들과 스탭들에 무척 가까운 관계고, 그들을 옆에서 곁눈질로나마 지켜볼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까요. 설 연휴 때도 맘마미아 공연은 계속 되고, 공연장은 문화생활을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붐빌 겁니다. (다만, 로맨스는... 영화처럼 쉽지는 않네요.;)




ps. 그런데 '파리의 연인들'이라는 제목은 좀...;; '사랑해, 파리'와 더불어 '파리'에 관련된 영화를 연달아 보게 되는군요. 언제 한번 가줘야 할텐데..

ps2. 참, 이 영화의 감독은 '라 붐', '유 콜 잇 러브(L'etudiante)'의 다니엘르 톰슨이더군요.; 영화속에서는 시드니 폴락 감독이 꽤나 비중있는(?) 조연으로 특별출연합니다. :)

  1. 오케스트라 피트(Orchestra Pit)는 원래 오페라나 뮤지컬과 같은 악극 장르를 연주할 때 반주를 맡는 오케스트라가 위치하는 공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객석과 무대 사이에 약간 낮게 위치하는 공간. 오페라 공연이 열리면 오케스트라가 그 공간을 꽉 채우게 되고, 정중앙에 자리를 잡은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가수들을 지휘하지요. '피트'란 말은 그 공간의 바닥판이 자유롭게 위아래로 이동이 되기 때문에, 공연시간외에는 무대 아래로 내려가있다가 공연이 시작될때 다시 올라오기 때문에 덧붙은 말입니다.
     요즘은 오페라 뿐만 아니라 대형 뮤지컬도 대부분 다 소규모 오케스트라 내지는 밴드를 통해 라이브 연주를 하는 것이 추세기 때문에, 역시 오케스트라 피트를 사용합니다. 중앙에는 음악감독이 자리를 하게 되구요. 다만, 뮤지컬의 경우는 최근에는 그 오케스트라 피트를 반으로 나누어서 나머지 절반은 좌석을 들여와서 객석으로 만드는 것이 유행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임시좌석을 '오케스트라 피트 석'이라고 부르지요.
     어찌보면 팬서비스라고 할 수도 있고, 상술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배경 속에 생겨난 그 오케스트라 피트 석은 무대에 너무나 가깝기 때문에 배우들의 표정을 정말 생생히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무대 전체를 조망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있기 때문에 좌석등급은 보통 제일 비싼 좌석보다 한두단계 아래의 등급, 즉 R석이 아닌 S석과 같은 등급으로 메기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흔히 줄여서 OP석이라고 부르는 그곳은 객석안내원들의 배치 중에서도 가장 편하고 좋은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객석과 별도로 구분된 공간. 공연이 시작되면 객석에서 OP석으로 통하는 문을 닫아두게 되는데, 그때부터 더 이상 출입할 수가 없어지고 그 공간은 고립됩니다. 때문에 행여 미리 입장한 관객쪽에서 컴플레인이라도 들어올까 조마조마한 지연관객 중간입장 안내도 없고, 50석 남짓한 객석을 케어하는 일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배치지요. 때문에 조금만 익숙해지고 나면 결국 눈앞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볼 수도 있는 그런,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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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 2007/03/07 04:45  
형원씨-
'추석' 연휴가 아니라 '설' 연휴요 ㅋ

설 연휴 때 일하기 정말 싫었었는데
3주 후면 이제 막을 내린다는;;

내일부터 또다시 "맘마 미아!"의 늪에 빠지겠지만,
그래도 막상 끝나고 나면..
시원섭섭 하겠죠? ..;;
달크로즈 2007/03/07 12:42 X
으윽 ㅠㅠ
재빨리 고칠께요- >_<;;

3주라면 아직 충분히 많이 남았는걸요-
미스사이공 때도 좀 그랬어요.
장기공연이 끝나고 나면 뭔가 좀 허전해지는건 어쩔수 없는 것 같아요. :)
포돌이 2008/09/07 10:55  
지금은 한글타자연습중이고 이젠는 정말로 잠을 자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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