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ments of Memories


음악은 유용한 것이 아닙니다. 음악은 그냥 존재하는 거예요.
by 달크로즈
공연/뮤지컬  2006/09/11 21:29

뮤지컬 '그리스'




지난 주말에는 국립극장에서 뮤지컬 '그리스(Grease)' 마지막날 낮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뮤지컬 '그리스'는 지난 3월말부터 4월초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있었던 브로드웨이 캐스팅 공연에서 처음 접했었는데, 2주 남짓이었던 짧은 기간이었지만 꽤 강렬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남아트센터에선 처음 공연하는 첫 브로드웨이 뮤지컬이기도 했고, 워낙 귀에 착착 감기는 히트 넘버들과 유머러스한 뮤지컬 분위기도 좋았지요. 요번에 국립극장에서 하는 한국 캐스팅 공연은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하길래(대학/대학원생 이벤트로 S석이 3만원!) 예전 기억도 되살릴 겸, 공연 마지막날에 맞춰서 예매를 했습니다. 같이 간 동생이 김소현의 팬이라 샌디 캐스팅으로 김소현이 나오는 낮공연으로 골랐지요. 오후 3시 30분 공연이었습니다.

국립극장은 학교에서 남산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되는 곳이라 -물론 단순 거리로 치면 동국대가 조금 더 가깝겠습니다만..- 금방 갈 수 있었습니다. 학교쪽에서 식사를 하려다 그곳에 가면 적당히 먹을 거리가 있겠지 싶어 그냥 올라갔는데 역시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고 비싼 레스토랑과 한식당만 있었습니다. 그때가 1시 40분쯤. 너무 이른 시각에 도착을 한 건지 로비도 텅텅 비어있고, 공연장은 아예 객석 문이 열려있었는데-저희 공연장 같으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무척 신기했습니다- 역시 객석 안에도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티켓업무도 아직 시작하지 않은 듯 하여 어쩔수 없이 성남아트센터의 '업타운 레스토랑'보다도 더 비싼 레스토랑 '해와 달'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밖에 없었네요.

가격대 성능비가 영 안맞는 파스타 둘과 리조또 하나로 끼니를 때우고 로비로 돌아와보니 제법 로비가 붐비고 있었습니다. 공연장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다른 공연장에 와보면 아무래도 공연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기기 마련이지요. 일단 티켓부터 찾고나자 건물 내부를 헤메기 시작했습니다. 곳곳을 뒤지면서 이곳은 우리 공연장과는 어떤 면에서 다르고 어떤 면은 비슷하구나.. 하며 나름대로 분석 내지 평가를 하는 것인데,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동행들도 모두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라서 이런저런 수다거리로는 정말 충분했지요.

요 부분은 직업병에 가까운 수다거리 이기에 닫아둡니다.;



한국판 '그리스' 공연 자체에 대해서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에 조금 미치지 못했던 공연이었습니다. 지난번 내한했던 브로드웨이 한국투어판에 비교했을 때 여러부분에서 아쉬운 점들이 보였기 때문이지요. 그 이유를 굳이 찾아보자면 연출적인 문제와 배우의 문제를 들 수 있겠는데, 연출적인 문제같은 경우는 아마 프로덕션 자체가 다른 듯, 단순 로컬라이징과 한국어 번안/편곡 차원이 아니라 무대 구성과 뮤직 넘버가 브로드웨이판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Summer nights, Those Magic Changes, Greased Lightning 같은 유명한 곡은 그대로였지만 편곡이 더 뭐랄까, 뉴브로드웨이캐스팅판 음반보다도 더 오래된 듯한 느낌이더군요. 무대 장치도 내한공연판에 비해 너무 초라했습니다.; (요번 공연을 보다보니 미스 사이공은 정말 무대 장치에 엄청난 돈을 들였다는게 실감이 가더군요.)

주연 캐릭터들도 브로드웨이판에선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사와 짜임새 있는 연출로 캐릭터성을 살렸다면 한국판에선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못한 번역대사와 허술한 연출을 개그로 커버하려는 듯한 인상이 짙었습니다. 덕분에 안그래도 희화화된 인물들이 더욱 더 가벼워져서, 브로드웨이판에선 느끼하면서도 나름 매력적인 캐릭터로 나오는 빈스 폰테인은 완전히 개그 캐릭터로 전락해버렸고, 케니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소니야 원래부터 좀 촐싹대는 녀석이니 넘어갑시다. -_-)

배우들의 차이도 있었습니다. 뭐 연출과 따로 떨어뜨려 볼 수 없는 문제겠지만, 브로드웨이 캐스팅의 폭발력 있게 내지르는 발성에 익숙하다 보니 한국 캐스팅은 노래 부르는 게 좀 약하고 밋밋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김소현의 샌디도 잘하기는 했습니다만, 지난 브로드웨이판의 Hanna Liina Vosa의 샌디가 너무 좋았기에.. 상대적으로 조금 아쉬웠습니다. 대니 역의 엄기준은 예당 토월극장에서의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그리고 성남시민회관에서의 '사랑은 비를 타고' 에 이어서 세번째로 보는 거라 친근하기 이를데 없더군요. 연기 스타일이 '사비타' 때 '동현'과 거의 흡사하게 느껴졌는데, 원래 역할에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연기 스타일이 그러하고 '벽을 뚫는 남자'만 예외였던 것인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그래도 꽤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입니다. 엄기준씨. 앞으로도 건승하시길.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커튼 콜이 끝나고 객석을 빠져나오면서- 감동에 빠져들기 보다는 예전 브로드웨이판 공연이 더욱 그리워져 버렸습니다만, 아무래도 같은 공연장에서 동고동락하면서 든 정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요. 가격대 성능비를 감안하여 지나치게 높은 눈으로 보지만 않는다면 한국어판도 충분히 즐길만한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_^;

마지막으로, 성남아트센터식으로는 1열 1번에 해당하는 자리인 A열 1번에서 봤었는데, 무대가 높지 않아서 생각보다 잘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각도가 각도인지라 무대 옆쪽 백스테이지 공간이 훤히 들여다 보였는데.. 샌디가 무대 옆쪽으로 나가서 귀를 뚫을 때 싱글벙글 웃으면서 빙글빙글 돌며 비명지르는 모습이 다 보여서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하하;;


ps. 며칠전 Milkwood님의 블로그에서 우연찮게 접하고 나서 무척이나 다시 듣고 싶었던 곡, 'Hopelessly devoted to you'는 한국 프로덕션에선 'Since I don't have you'로 대체되어 있더군요. 결국 들을 수 없었습니다. ...OTL
아아, Hanna Liina Vosa의 샌디로 다시한번 들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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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3 18:30  
음 그리스 이게 그렇게 재밌는 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되게 좋아하는데
난 영화 TV에서 몇 번이나 해줘도 붙어서 못 보겠던데 ㅡ.ㅡ;
달크로즈 2006/09/14 22:04 X
Old School의 매력이 있달까나?;
역시 뮤지컬이 더 좋은거 같아! 뮤지컬을 한번 봐보도록~!
Angeldust 2006/09/14 00:16  
공연중에 사진을 찍다니!!!!!!!
일할때는 제재하는 입장에서...
이거 어떻게 생각해? -_-;
달크로즈 2006/09/14 22:08 X
아. 물론 그런 문제가 있지!!
하지만 우린 다른 목적이 있었다기 보단 공연장 서비스 시스템에 관한 호기심으로.. 일부러 음식물도 반입해보구 사진도 찍어보고 그런거지~;
그래서 공연 중엔 안찍었구.. 커튼 콜때만 찍었어. (물론 엄밀한 의미에선 커튼 콜도 공연 중이지만!;)
fury 2006/10/06 15:28  
angeldust블로그에서 타고 왔어요^^
하우스 매니져 일을 하시는 분인가봐요.
저도 예전엔 공연을 했었기에 왠지 반가운 마음에 글을 읽어 내려갔네요.
뭐랄까, 확실히 우리나라의 그리스는 라이브의 문제인 듯 싶기도 하고
배우들의 역량일까 싶기도 하고 연출의 문제인 듯 싶기도 하고..
촌스럽고 개그스러운 느낌이 많죠.
아무래도 저는 연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워낙 연출님이 쇼 적인 면을 중요시 하는 분이라 ^^;
예전에 03년이었나요, 토월에서 그리고 폴리미디어 씨어터에서 기준오빠와 만석오빠가 나올 적에 몇 번 봤는데 그 후로는 점점 더 그런 경향이 심해졌다고만 들었어요.
록키 호러 픽쳐 쇼도 그렇고 헤드윅도 그렇고 이지나 연출의 작품은 거의 다 초연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항상 초연이 지나고 나면 가벼워 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흐흐. 공연장에서 사진 찍는 관객들 무지 미워했는데.
막상 저도 관객 입장에 서보면 커튼콜 때만은!!! 을 외치며 핸드폰이라도 슬쩍 꺼냈던 기억이 새록 새록 났어요^^
이젠 좀 먼 이야기가 되었지만.
글 잘 읽고 갑니다아-
달크로즈 2006/10/08 01:31 X
안녕하세요, fury님.
하우스 매니저는 아니구요. 그 분들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긴 합니다만.. ^^;;;
객석 안내원이랍니다. usher, 최근 모처에서는 house attandent라고도 하고요.; 공연 뿐만 아니라 공연장 시스템에 대한 관심(호기심?)이 많아서 이렇게 저렇게 뒤적여본 것이구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저도 연출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2주 남짓 매일 봤던 브로드웨이팀 내한공연과 비교해보니 확실히 느껴지더군요. 분명 같은 70's 복고풍 배경임에도 브로드웨이팀은 참신하고 세련된 느낌이었던 반면 한국팀은 더 올드하게 느껴졌습니다.; 초연 이후로도 꾸준히 프로덕션을 바꿔가야 오래 사랑받을 텐데 말이지요.. 사실 솔직히 그날 공연이 성황이었던 것은 (배우,노래,연출을 포함한)뮤지컬 자체의 힘이었다기 보다는 배우들의 인기 덕분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저는 직접 사진 찍는 관객을 제지하는 입장이라서.. 더 아이러니 하지요. ^^;
하지만 '이 공연장은 사진 촬영을 어떻게 제지할까?'하는 생각에 가끔 촬영 시도를 해보곤 한답니다. 물론, 공연중은 아닐때에요! (요번은 커튼콜 때였는데- 좀 예외적이었지요, 제지를 안하길래;;)

저는 다른 스탭 입장에서 비춰지는 공연, 공연장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안내원은 사실 스탭중에서도 가장 관객에 가까운 입장이기 때문에요. 리플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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